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최근 발표한 정치개혁안 중 가장 눈에 띄는 항목 중 하나는 바로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입니다. 이는 국민 다수의 정치 혐오 정서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의식한 강력한 메시지로 해석됩니다. 현재 국회의원 수는 300명인데, 이를 270명 선으로 줄이겠다는 구상이죠. 하지만 이 구상이 단순한 정치적 수사인지, 실제로 실현 가능한 개혁안인지에 대해 다양한 시각이 존재합니다.
국회의원 감축, 왜 계속 나오는 이야기인가요?
정치개혁 담론에서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자는 주장은 어제오늘 나온 얘기가 아닙니다. 선거 때마다 일부 정치세력은 ‘국회 기득권 타파’를 외치며 의원 정수 감축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 왔습니다. 이는 대중의 정서, 즉 "국회의원이 너무 많아 税金만 축낸다"는 불만과 맞물려 강한 호응을 얻는 테마입니다. 특히 고위직 연봉, 특권, 해외 출장, 면책특권 등과 관련된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정수 축소론’은 여론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국회의원 수를 줄이겠다는 주장이 법률로 이어진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선거구 획정과 지역대표성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인데요, 단순히 숫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 또는 공직선거법 개정이 필수적이고, 이는 여야 합의 없이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다른 나라는 국회의원 몇 명일까요?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자는 주장을 현실적인 관점에서 보려면, 다른 나라와의 비교가 도움이 됩니다. 한국의 인구는 약 5,200만 명이고, 국회의원 수는 300명으로 인구 대비 약 1인당 17만 명을 대표하는 셈입니다.
이에 비해 일본은 약 1억 2천만 명 인구에 중의원 465명, 참의원 248명을 두고 있습니다. 단순히 중의원만 계산해도 약 25만 명당 1명의 의원이 있는 셈이죠. 미국은 인구 3억 3천만 명에 하원의원 435명, 상원의원 100명으로 구성되어 있어, 하원의 경우 약 76만 명당 1명의 의원입니다. 독일은 인구 약 8,300만 명에 연방하원의원이 736명으로 훨씬 높은 비율을 보입니다.
즉, 의원 수 자체는 ‘많고 적음’보다도 제도의 설계, 지역대표성과 비례대표 구성, 국회의 권한 등에 따라 매우 다르게 나타납니다. 한국의 경우 지역구 중심이 강한 구조이기 때문에 단순히 의원 수만 줄이면 지방 대표성 훼손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존재합니다.
숫자를 줄이면 진짜 좋아질까?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면 세금 절감 효과는 있을 수 있습니다. 의원 1인당 연간 인건비와 운영비를 포함하면 대략 8~10억 원가량이 소요되며, 30명을 줄이면 약 300억 원의 재정이 절감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히 인력 감축만으로 국회 효율이 높아질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오히려 위원회 구조나 입법 처리 속도, 질 높은 의정 활동을 위해선 전문성을 높이고 보좌진을 강화하는 방향이 더 현실적이라는 주장도 많습니다. 유럽 국가 다수가 의원 수 감축 대신 의원 보좌 기능이나 정책 연구 기능을 강화한 사례도 많습니다.
또한 의원 수를 줄일 경우, 정당 득표율과 실제 의석 간의 불균형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는 소수 정당의 설 자리를 없애고, 정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국회의원 숫자 감축, 실현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보자면 국회의원 수 감축은 실행 가능성이 낮은 개혁안 중 하나로 꼽힙니다. 선거구 획정이라는 민감한 이슈가 동반되기 때문입니다. 특정 지역의 의원 수가 줄어들면 그 지역 유권자들은 곧바로 ‘대표성 축소’에 반발할 수 있고, 정치권도 자기 지역구를 없애거나 줄이는 일에 쉽게 동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문제는 단순 법률 개정이 아닌 선거구 조정, 즉 선거법 개정과도 직결되므로 여야의 이익이 정면 충돌하는 사안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김문수 후보의 주장은 하나의 신호를 줍니다. 단순히 국회 수치 개혁을 넘어서 정치 기득권 구조에 손을 대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다시 한번 환기시켰기 때문입니다.
미래에는 어떤 흐름으로 갈까?
현실 정치에서 당장 의원 수를 줄이기는 어렵겠지만, 정치개혁 논의의 일부로 '정수 조정'이 계속 거론될 가능성은 높습니다. 특히 비례대표제 확대, 지역구 통폐합, 준연동형 비례제 보완 등과 함께 논의된다면 구조적 개편의 일환으로 현실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또한 디지털 국회, 온라인 청문회, 인공지능 기반 입법 지원 등 국회 운영 방식이 변화하면서 의원 개개인의 역할이 바뀌게 되면, ‘더 적은 수의 의원이 더 많은 일을 하도록 하자’는 여론이 점차 현실이 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투명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국민 신뢰를 얻는 노력이 전제되어야 합니다.